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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우리의 세상

          플로리다가 이 중의 세상에 들어왔다. 허리케인 때문이고, 플로리다에 가족이 있는 신도 한명의 걱정 때문이다. 그 보살님 말이, 그 직전 휴스튼에 허리케인이 왔을 땐 그런가보다 했는데, 플로리다에 왔단 소리엔 귀가 번쩍 뜨이고 너무 걱정이 돼 잠이 안 왔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게 이런 것이다. 내 생각에 없음 없는 세상이고 내 생각 속에 들어오면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내게 없는 세상이면 그 세상이 무너져도 상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세상에선 폭탄이 터지고, 지진으로 무너지고, 기아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총칼에 짓밟혀도, 내가 보지 않고, 모르는 이상, 가슴도 안 아프다. 사람들은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아니라고 해도, 죽어도 믿고 살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 당신의 지붕에선 지금 비가 새지 않고 당신 발밑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 중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저 아프리카에 이따도시라는 동물이 있다, 머리속에 떠올려보라’이다. 사과는 거의 모든 이가 떠올리라면 떠올리겠지만, ‘이따도시’는 떠올릴 수 없다. 당신들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 중의 세상에만 있으니까. 그래도 우린 같은 세상에 사는가?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은 육근이 육진을 만나 육식으로 만들어낸 세상이 전부다. 그건 당신만의 고유의 것이라, 아무도 그 세상을 모른다. 증명할 수 없으니 있다, 고도 못한다. 할 수는 있어도 상대에게 똑같이 가 닿을 순 없다. 얼마나 쓸쓸하고 미치겠는 일인가. 혼자만의 세상을 산다는 게. 그래서 우리는 나를 떠나 너, 우리,의 세상으로 늘 걸어들어 가야 한다. 내가 한번 걸어들어 간 저 플로리다는 아마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 동네서 무슨 일이 있다면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보낸 작은 보시가 도움이 되었다면 기쁠 것이다. 허리케인은 옛말로는 싹쓸바람이다. 어마무시한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이 무서운 허리케인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된다. 세상 모든 현상은 늘 동전의 양면 같아서, 빛과 그늘처럼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짝으로 같이 온다. 허리케인이 오지 않으면 그 해엔 물 부족으로 시달려야 하고 남쪽과 북쪽의 온도 밸런스가 무너져, 농작물과 벌레를 비롯한 모든 자연에 지대한 재해가 생기며, 바다를 저 밑까지 뒤집어엎지 못해서, 바다 생물이 고루 살지 못하고 바다는 부패한다. 자연은 늘, 아무리 잔혹할 지라도, 그럴 만한 중요한 까닭이 있어서 자신의 일을 한다. 꽃이 왜 피느냐의 문제이다. 인간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무너진 건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물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허리케인이 해마다 오는데서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태풍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자연 현상이 보여주는 무상의 법이다. 자연은 생멸법으로 쉬임 없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그저 자기 세상에서 허리케인이 없어졌음 하겠지만, 절대로 없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뭐가 자기한테 나쁘면 그걸 없애려고 한다. 벌레를 없애고 추윌 없애고 더윌 없애고…배가 고파져야 다시 먹을 수 있는데, 배고픔을 없애자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건 죽는 길이다. 결론은 내 세상에 어떤 일이 닥치든 그게 나쁘다고 해서 없기를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 그게 너의 세상에선 나쁘지만, 우리 세상에선 어떤 의미인지 절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싫다고 내 세상에서 치워버리면 너와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다. 삶에는 여러 현상들이 바둑돌처럼, 끊임없이 놓인다. 그 현상들이 없길 바라는 건 자기만 살겠단 욕심이다. 다만 온 것을 바로 보고, 곧 흘러 갈 것임을 알면 된다.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배 고프면 밥을 먹고 슬프면 울면 된다. 다시 해가 뜨고 다시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고달프면 고달픈 대로, 그게 삶이다. 괴로움이 싫다면 삶도 없다. 같은 삶이지만 불자의 삶이 비불자와 다른 점은 그때마다의 내 마음을 보아, 평온히 가질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의 울부짐 없이 묵묵히, 익,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평상심시도, 이다. 재해 지역의 모든 이들이 다시 벌떡 일어나, 힘차게 살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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