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가 아닌가
처음 영화사 이전 당시, 폐허와 다름없는 허허벌판서서 이 중의 결심은 이곳을 윤택한 숲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였다. 아임고나 메이크 포레스트. 하면 모두가 웃었다. 불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여름이면 돌덩어리처럼 굳는 이 땅에. 그러나 지금 절 한쪽은 완전 숲 모양을 이루어 그 안에 들면 전에 없던 숲의 향기가 전해져 온다. 소나무, 배롱나무, 단풍나무, 매화나무, 벚꽃나무, 배나무, 구아바, 무화과, 해당화 등등, 서로 다른 나무들이 어울려 자라고 산수국, 연꽃, 재스민, 장미, 라벤더, 능소화, 상사화 등등의 꽃들이 번갈아 피고 진다. 성질이 제각각이라 관리하기 복잡하지만 다양하여 더욱 아름답다. 당신은 아는가. 왜 밤나무는 밤나무이고 잣나무는 잣나무인지? 과학자가 뭐라 하든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 이유가 신도, 코페르니쿠스도, 루소도, 다윈도 되고 뉴튼이 되고 저 장자도 되고 칸트도 되고 해겔이 되고 스티븐 호킹 등등등이 되기도 하지만, 완벽한 답은 없다. 여전히 새로운 답이 지금도 나오고 있고 얼마간은 맞지만 다 맞지는 않다. 그 속에는 인간에게는 불가해한 수많은 인연합산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다.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한 집에 태어나 이 고생을 하고 왜 나는 남들은 안걸리는 암으로 아프며, 왜 나는 돈이 없는가. 왜 내 자식은 속을 썩이고, 나는 죽도록 일하는데 저놈은 퍼 놀며, 옆집 아줌마 남편은 저리 친절한데 내 건 왜? 그 이유를 안다는 이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걸 아는 이는 없다. 그 얘긴 왜 이 세상에 밤나무가 있냐는 말과 같다. 세상에 밤나무가 있어야 되는 이유도, 세상에서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지만 밤나무는 있다. 왜 나는 너가 아닌가 묻지 말라. 그건 아무도 모른다. 왜 누구는 조국을 위해 죽고, 누구는 팔아치우는지. 모른다. 맘에 안 들어도 들어도 당신것, 당신만이 안다. 그렇기에 당신은 그 질문을 잊고 살던가, 아니면 그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게 운명론적인 것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운명 따윈 없다. 다만 고유한 당신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밤나무라도 제각각 다르다. 숲에서는 서로 다른 나무가 상호협조하며, 잘 자라던 놈이 갑자기 죽기도 하고 흰 꽃이 빨간 꽃으로 변하기도 하는 등, 별별 일이 다 생긴다. 그 인연의 법칙이 왜, 어디로 가는지 다 알 수 없다. 이유는 있겠지만 누구도 모른다. 확실한 건 인과 연, 인연법 뿐이다. 나는 왜 이런가 한탄하지 말라. 그누가 전쟁에서 죽고 싶겠는가. 그게 왜 나냐고 물을 수 없다. 물을 순 있지만 정확한 답은 없다. 답이 없는 질문은 질문이 잘못되었거나 질문이 아니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이건 답이 없다. 그 답을 알려면 온 세상 전체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건 그 세상, 당신이 바라보고 비교하고 상심하고 하는 세상은 당신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왜 이런가, 엔 답이 있을 수 없다. 단지 밤나무가 있는 것이다. 누가 그러라 한 것도 아니고 유전자가 전부도 아니다. 밤나무가 다 사라진 지구엔 무슨 일이 생길지 아는가? 감히 밤나무를 가치 없다, 할 수 있는가? 확실한 건 밤나무는 지금 살고 있고 그 밤나무의 삶에 대한 가치는 다른 그 누구도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밤나무만이 정 할수 있다. 그리고 내가 밤나무인 걸 좋아하느냐, 질을 향상시키느냐. 다른 가시나무를 부러워하며 불행히 사느냐, 도 밤나무가 정한다. 이 세상에 밤나무가 있으면 좋겠는가? 어떤 이는 예스고 어떤 이는 노,다. 그럼 있을까, 말까? 바깥 경계의 판단에 당신의 가치를 맡기지 말라. 그래서 불행하다 하지 말라. 그럴 시간이 있음 차라리, 오 분이라도 고요히 앉아 최후인 듯, 지성껏 차를 마시라. 다만 이 생을 고귀하게 여기고 행하며 오늘을 살 뿐, 허망한 질문과 비교를 부질없이 하며 스스로를 슬프게 만들지 않길 바란다. 부처님이 그러셨다. 인간의 존귀와 비천은 그 신분에 있지 않고 인간 자신의 행, 에 있다고, 당신이 뭐라 여기든 나는 당신이 나와 달라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당신이 쓸모없는 나무라도, 그대의 행이 불제자 같다면 당신이 있어 늘 감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