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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선생(猫先生)

          오늘도 가필드는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문 열고 나가는 스님을 갸웃하며 바라본다. 사료를 꺼내서 밥그릇에 담고 지난밤의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받아 놓아줄 때까지, 눈을 한시도 떼지 않고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그러나 몸은 순간에 튀어오를 자세로, 털끝 한 올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살아, 있다. 일념一念이다. 와일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한 후로, 이 중의 야생에 대한 앎에, 고양이의 세상도 추가되었다. 가필드란 놈은 만화 캐릭터 ‘가필드’와 모습이 흡사하지만, 많이 더 민첩하고 현명하다. 푸른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인 보리도, 검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밥주는 시간을 알아, 더러 스님이 자리를 비웠다 늦게 돌아오면, 몇 시간이고 끈기 있게 밥그릇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스님의 기상 시간을 알고, 신도들이 왔을 때는 그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오지 않는 것을 알며, 이 스님의 행동반경을 멀리서도 안다. 오직, 그들의 일념은 밥 한 그릇이며, 그 외에 다른 것은 없다. 밥 주는 이에게 비굴한 아양을 떨지도 않고, 더 잘 보이려 재롱을 부리지도 않는다. 밥을 안 준다, 야옹거리지도 않으며, 앉아 기다리는 그 자세는 선승禪僧 못지않게 단아하고 치열하다. 먹이를 향한 집중, 그 일념이면 가히 도를 통하고도 남지 싶다. 고양이보다도 야생에 많이 어설픈 이 타향살이 중은 그들의 시중을 들면서, 그들에게서 삶의 처신을 배운다. 직감과 육감,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강자에 대한 존중, 더불어 사는 삶, 양보와 기다림의 자세. 사람은 많이 가지고도 더 가지려 하는데, 저 고양이는 눈앞의 밥을 남긴다. 다시 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미련 없이. 그 무소유의 자유로운 마음 또한. 그야말로 선지식, 묘猫 선생이다. 그들은 서로가 밥그릇을 양보하고 차서를 지킨다. 검은고양이, 보리, 맨 마지막이 가필드. 가필드는 언제나 먼저 오지만, 늘 밥은 나중이다. 기억에 의하면 고양이들은 때로 시끄러운 소리로 울어대는데, 이들은 목소리 조차 한 번 내지 않는다. 그들은 바람 같고 그들은 가볍다. 그렇게 가벼운 자유로움, 그것을 가지려 출가했건만, 때로 이 중은 그들보다 무겁다. 절도 소유인지라 거기 붙들려 늘, 혼자 분주하고 무겁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선방에서 눈동자 한번 굴리지 않고 치열熾熱했던 공부, 내것 하나 가지지 않았던 바람 같던 삶, 서슬 퍼런 어른스님께 규율과 차서를 배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한참 공부하던 시절에는 서릿발 같은 가르침 하에 있었지만, 지금은 날 가르칠 어른 스님도, 날 채근할 도반도 없어, 모든 야생에게서 잊었던 치열함을 다시 배운다. 때로 삶의 고단함에서 잠시 쉬고 싶을 때, 그들이 밥 한 그릇에 몰입하는 그 치열함, 벌레 한 마리를 잡을 때도, 나비 한 마리를 희롱할 때 조차도 온 마음을 다하는 그들의 일념을 보면 울컥, 하는 심정과 함께 다시 일어서게 된다. 지극한 것은 어쩌면 울컥,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삶의 숭고함에 대한, 생명의 무게에 대한, 삶의 고달픔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이자 감동이 아닐까. ‘일념즉시 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이라 했다. 만약 일념에 치열하지 못하다면 무량겁 동안 산다 해도, 죽어도 치열함을 살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일이 있다 믿어, 오늘 좀 느슨해도 내일 다시 치열할 거라, 믿는다. 내일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내일은 없다. 일념을 놓치면 그 찰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놓치고, 나중에 하던 그 나중에 가서 울게 된다. 우리가 일념, 찰나를 놓치는 사이, 야생은 일순간도 허투로 보냄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치의 어김도 없이, 치열한 삶을 엮어내고 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인 거처럼, 생을 그렇게 지탱해야 한다고. 그런 야생의 삶 속에 나날이 같이 녹아들어, 치열한 일념으로 무량겁을, 자유롭고 가볍게 살수 있길, 날마다 발원한다. ‘…오직 화두를 보되, 모름지기 성성하야, 고양이가 쥐 잡듯이 하며, 닭이 알을 품듯이 하야, 하여금 단속斷續이 없게 할지니라.’ -완산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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