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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

          새해 소망이 있으신가. 이루어질 거 같으신지? 당신이 좋다 여겨 취하려는 그것이, 당신 삶에 진정 유익한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아주 오래 전 새중때 ,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산속암자에 가서 일정기간 기도를 한 적이 있다. 기도 열심히 하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켜서 해야만 했었다. 시작은 그랬어도 기도 끝은 좋았던, 그 암자가 왜 유명 기도처인지 알게 되었던 곳이다. 그 암자 법당은 절벽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까마득 아래 직선 계단 밑에 후원이 있었다. 그리고 부처님 배경이 반쯤 유리로 되어 있어서, 기도를 하다 고갤 들면, 앞산과 하늘이 보이고, 살짝 숙이면 더러, 저 아래 후원 계단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정수리부터 차례로 보였다. 실질적으론 신도들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어서, 그 계단엔 사람 출입이 거의 없었고, 스님들과 공양주보살 같은, 후원 식구들이 주로 이용했다. 기도를 한참 하고 있다 보면 저 아래로 부처님 마지공양이 먼저 둥실 떠오르고 가지런히 마지를 떠받친 손, 팔 머리, 목… 공양주보살님의 조심스런 자태가 나타나곤 했다. 이곳엔 없는, 그런 정성스러움이 지금도 그립다. 그런 어느 날,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사시기도를 하는데, 왜 거기서 나타난 건지, 그 계단 위로 정말 보기 드물게 잘생긴 거사님 얼굴이 둥실둥실 떠올랐다. 머리, 이마, 눈, 코… 그 시간이 마치 천년인 양, 설레는 영화의 슬로비데오처럼 그렇게. 그리고 그 거사님의 어깨 언저리 즘이 올라왔을 즈음, 속으로 감탄이 채다 일어나기도 전에, 그 바로 뒤에 다른 사람 얼굴이 동시에 나타났는데, 그의 얼굴은 반쪽이 검붉은 점으로 가득한, 또 볼까 무서운 험한 형상이었다! 그 순간, 그 새중은 크게, 아주 크게, 부처님이 철퇴로 후려치는 것을 깨달았다. 이 중놈아! 그때 너무 큰 울림이 온 몸에 전기 충격처럼 새겨져서, 당시의 그 기억은 평생, 마음에 시비분별이 일어 날 대면, 따끔한 회초리가 되고있다. 보기에 좋아라 했던 이는, 좋다고 중이 돼가지고 머 어쩌겠냐마는, 암튼, 망상만 되었을 뿐이지만, 다시 볼까 싫어라 했던 그이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깨달음이 되었다. 장담하건데 그이는 부처님의 현신이다. 수도자가 망상을 피면 그렇게, 부처님은 나타나, 벼락같이 후려치는 것이다. 너의 일희일비가 저 꼴난 겉거죽 때문이냐? 아니, 너의 분별심이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하고. 아주 찰나 간에, 좋아라 한 그 거사 얼굴은 소름끼치며 지워지고, 검붉은 반점의 그 얼굴은 부처님 형상으로 마음에 딱 새겨졌다. 그 이후, 기적처럼, 믿거나 말거나, 그 새중은 사람 얼굴이 이쁜지 잘생겼는지 그런 걸 모르는, 아니, 사람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 , 안면인식 장애가 생겼다. 새중 때 이 중이 사람 얼굴 기억 못하여 생긴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고, 측근 중엔 아직도 더러 그 얘길 하는 이가 있다. 하 세월 흐른 지금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과보가 명확한 것이다. 이제 결론을 얘기할 때다. 반야경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악마, 혹은 고통 뒤에 숨어 있는 부처님까지 볼 수 있는 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고통은 너, 때문이 아니고, 본인에게서 나오고, 뭔가 장애가 나타나는 건 장애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장애로 느끼는 본인에게서 나온 것이다. 세상은 그냥 놓여있다. 봄이 오는 저 들판처럼. 그곳에서 당신이 꽃을 취하든, 흙을 취하든 그것은 당신의 몫이다. 미추는 들판 탓이 아니다. 싫고 좋음도 마찬가지다. 아름답다고 반드시 유익한 것도 아니며 추하다 해서 해만 되는 것도 아니다. 무술년 새해엔 우리불자 모두가 좋기만을 바라지 말고, 삶의 아름다움 뒤에 숨은 추함도, 추함 뒤에 숨은 어여쁨도 함께 기쁘게 끌어안고 살며, 날마다 기적 같은 새날을 만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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