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한다. 말하는 이에게 짐짓 묻는다. ‘복이 뭔데요?’ ‘네’…좋은 거요.’ 한다. ‘좋은 게 복이라…그렇다 치고 좋은 건 뭔가?’ ‘좋은건…’말을 잇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좋은건’ 당신에게 좋은 걸 말하는가 내게 좋은 걸 말하는가. ‘좋은 것’은 만족스러움이라는 것으로 사전은 풀이한다. 그럼 만족스러운 걸 많이 받으라는 뜻으로 복은 해석이 되겠다. 그럼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인가? 모자람이 없이 풍부한 것이라 한다. 그럼 풍부한 걸 많이 받으라는 건가? 풍부한 것이 이미 많은 것인데 많은 것을 많이 받으라는 건가? 나는 지금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사전적 의미로 풀이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그 마음 없는 공허함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하는 이들 중에 정말 상대방이 복을 많이, 정말로 받으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냥 인사말인 것이다. 그럼 ‘인사’는 무엇인가. 인사는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하는 말이다. 새해에 만나서 하는 인사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인 것이다. 실지로 복에 관해서는 말하는 본인도 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뿐더러 인사 받는 사람 역시 그냥 받는다. 늘 해오던 거, 그냥, 말이다. 나는 지금 뜻 모르고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 지면을 통해 지적이나 하려는 것인가? 그럴리가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뭔가를 지적할 자격도 없거니와 그럴 만한 에너지도 없다. 그럼 알고 살자는 것인가. 천만에. 아는 것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아야 할 것 외에 모를 것 까지도 너무 말이다.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마음이다. 마음이 담긴 말 말이다. 그저 인사치레로 헛되이 하는 말로, 상대방이 좋기를 바랄 수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많이 받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건 애초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무슨 말이든 간에 ‘건성’하지 말자, 라는 거다. 건성이란, 일에 정성이 없이 대충하는 것을 말한다. 건성 하는 일이 많아지면 건성건성한 사람이 된다. 하루하루의 아주 작은 행은 모여서 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일에라도 건성 인연을 짓지 말고, 마음을 모아 너에게 내 뜻이 전달되기를, 절절한 마음으로 하자는 거다. 이것이 마음 집중이다. 마음 집중은 불가의 수행방법 중 중요한 하나이다. 건성으로 말고, 진정으로 온 마음을 모아서. 우리 스님이 진짜 복 많이 받으시면 좋겠다, 온 마음으로. 그럼 나는 당신의 정성에 감동해 복을 많이 받으려 노력할 것이다. 복은 볼 시示와 가득할 복畐의 회의문자이다. 복 畐은 배가 부른 항아리의 상형문자라고 한다. 볼 시는 하늘 천天자와 상응한다 하니, 복福은 하늘이 내린 항아리 정도 되겠다. 그 항아리는 배가 불렀으니 뭐가 많이 담겼겠다. 복은 아주 좋은 운수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니 좋은 것이 가득. 그 항아리를 많이 받으라는 것이 새해에 하는 인사이다. 좋다. 당신이 그 항아리 받으라면 나는 받아야겠지. 누구한테? 당신이 던질 건가? 복 받기 전에 먼저 깔려 죽을라. 좋은게 좋은 거라고 멀 따지냐며, 대충살자, 라고 하기엔 왠지 껄적지근하지 않은가. 이왕지사 할거면 상대방에게 대충 받으라고 강요, 하지 말고 진정 그 복을 받을 수 있게 마음을 담아 축원하자는 것이다. 불가에 전해지는 말 중에 복인복과(福因福果)라는 말이 있다. 복은 지어서 받는 것이라는 말이다. 인과처럼 먼저, 복인을 지어야 복과가 있다. 복 많이 받고 주려면, 내가 먼저 복 받을 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받든지 던지든지 할 수 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