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소유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서 살지만 그 꽃만은 맑고 향기롭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몸은 비록 오탁악세에 살지라도 세파에 무륻ㄹ지 않는, 청정한 지혜의 상징으로 쓰인다. 영화사에도 이런 연꽃 한 송이 피우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희망으로 지난 봄, 연못 불사를 하였다. 완성된 연못엔 연꽃을, 연못 주위엔 각종 꽃들을 심고 연꽃정원이라 이름 하였다. 그리고 지난여름엔 그 연못에서 향기로운 백련이 스무 송이 넘게 피어났따. 이것으로 끝이면 오죽 좋으랴만, 세상에는 ‘이것이 생기므로 해서 저것이 생긴다.’는 엄연한 인연법이 존재한다. 또한 인연법에는 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암도 있다. 사실, 생겨날 개구리로 인한 먹이사슬과 연못 크기에 합당한 노동이 필요할 거라는 것, 정도는 짐작했고 그 정도야 기꺼이 지불하리라, 각오했었다. 과연 인간의 얄팍한 예측이라는 것이 자연의 운행법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불가, 함을 연못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인연법상에서는 저강 건너 누군가의 재채기가 이편에서는 태풍이 될 수도 있는 것, 예측불허다. 그 첫 번째가 벌들의 어택이다. 연못불사를 기다리기라도 한듯, 영화사 건너편에는 때맞춰 수십 개의 벌통이 놓여 졌고, 그 벌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조건이 된 영화사 연꽃정원은 벌들에게 정복당했다. 벌이 물을 좋아한다는 것을 어찌 알았으랴. 벌들은 돌아갈 생각도 않고, 연잎 위가 벌통인양 아예 살며, 연못에 빠져 죽기도 하는 등, 거기서 생주이멸을 하였고, 날이 뜨거워지자 연못을 완전 커버 하다시피 하였다. 다음은 새들이다. 연못으로 흐르게 만든 계단식 작은 폭포는 새들이 앉아 물을 마시기에 너무나도 적합해서, 갖은 종류의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얼마간은 보기 좋다 정도였는데, 어느 날 백 마리는 되지 싶은 검은 새떼가 찾아왔다. 연못 주위에 모여 있다가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모습은 오오, 장관을 이루었지만 그들은 연못 주변 돌 더미를 그들의 배설물로 완전 뒤덮어 놓았다. 그로인해 물이 흐르는 돌계단은 물론 물속은 머리카락 같은 푸른 이끼로 가득 찼고 그 이끼는 연꽃을 무차별 공격했다. 도대체 들판뿐인 이곳엘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개구리를 비롯한, 알 수 없는 곤충들과 물벌레들이 늘어만 갔다.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하늘 어린 연못에서는 연꽃이 피어나고 그 속에서는 개구리들이 뛰어놀고 꿀벌들은 잉잉거리고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작은 폭포는 흘러내리고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완전히 그림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끼와의 투쟁, 배설물 청소, 수시로 갈아대야하는 물, 연못 손질하면서 벌침과 싸우는 일…그 뒷사정은 절대로 그림이 아니었다. 아아, 이게 아닌데, 연못 앞에 망연자실 서서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누굴 탓하랴, 인연법을 간과한 과보를 톡톡히 치르는 거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생명을 얻으려면 그 생명에 버금가는 것을 내주어야 하는 과보를 말이다. 겨우 꽃 한 송이 가지려던 욕심의 대가가 이지경인데 하물며 속세의 크고 작은 욕망들은 어마나 지독한 대가를 요구 하겠는가. 그래서 삶은 고라 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욕망한다. 끝없이. 그래서 부처님은 일찍이 무소유를 설하셨지만 중생에게 있어서는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그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발발하는, 치명적인 습인 듯싶다. 그래서 시시각각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리라. 지금 영화사 연못에는 새 연잎이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욕심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늘 겸허하고 청빈하게 살아야 한다는, 잠시 잊었던 가르침을 깨우쳐준 연꽃을 위하여, 고통이든, 시간이든, 뭐든 기쁘게 내주려 한다. 그야말로 ‘고통의 축제’인 것이다. 그리고 여름내 비지땀을 흘리며 늘 각성하게 되리라.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엔가에 얽매인다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얽혀있다는 것이다.’ 법정스님, <무소유>

Regular Service
Jijang, Gwaneum, Choharu service 
Baramil - The first Sunday of month 

Special Service
Buddha's Day, Baekjung, Dongji

Younghwazencenter
12181 Jackson Rd. Sloughhouse, CA 95683
Tel:279-297-8659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