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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레인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일명 저 세 자릿수 온도인 ‘트리플디짓’이 일찍 찾아왔다. 백도 이하일 때는 아무리 더워도 식물들이 잘 자라주는데 백도가 넘으면 놀랍게도 살아있는 싱싱한 화초들도 잎이 타오른다. 이때는 물을 아무리 줘도 소용없다. 그저 시들어 가는 화초를 속수무책 바로볼 뿐이다. 막 피어오르던 수국 꽃이 타들어가는 것을 아프게 바라보다가,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서 일 년 식량이 타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저 농부의 마음은 어떠 했을까 아프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때 우리 부모들이 기다리던 한줄기 비, 그 간절함에 대하여, 그리고 간절함 뒤 끝에 만나는 빗줄기는 얼마나 감격이었을까 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이 지역에도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썸머레인이 흠뻑 내렸다. 6월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것은 기록이라 한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타들어가던 수국도 다시 살아나고 녹음은 더 싱그러워지고 꽃들도 다시 피어났다.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생명을 보는 느낌. 타들어가던 가슴이 펑 뚫리는, 온 몸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환희. 겪지 않은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리 알려 해도 영원히 모를 수밖에 없다. 이번의 비로 우리가 흔히 쓰는 ‘가뭄 끝에 단비 내리듯이’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산승이 현재 ‘땅에 씨 뿌리고 가꾸고 기르고 거두는’농사, 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비에 환희작약 했던 이 중과는 달리. 주변의 모든 이가 비에 대해 아무 감흥이 없었다. 현대인이라고 간절함이 없겠는가, 간절히 누굴 그리워도 하고 간절히 부를 욕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간절함은 그 옛날 가뭄에 비 기다리던 농부의 그 간절함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는 뭔가 간절하기 전에 많은 것이 쉽게  충족이 되는 세상이다. 어쩌면 자라나는 아이들 중에는 간절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성인이 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른들 중에도 간절함에 대해 잊은 이도 많을 것이다. 감히 묻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절실하고 간절한 적이 당신은 얼마나 있었는가. 다른것에 대한 건 관심 없다. 깨달음에 대한 간절함 말이다. 자신의 팔을 잘라 구도를 했던 저 혜가 스님이나, 불전을 구하기 위해서 험준한 히말라야산맥을 혼자 걸어서 넘은, 저 현장스님 같은 구도에 대한 간절함, 그런 처절함 말이다. 우리가 생에서 가장 간절한 순간은 아마도 죽음 앞에 이르러 살고 싶은 그 절절함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라면 누구나 애쓰지 않아도, 생의 마지막 순간이면 저절로 가지게 된다. 구도에 대한 간절함은 어떨까. 생에 한번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까. 이 시대는 어쩌면 간절함을 요하는 세상이 아닌지도 모른다. 따라서 구도, 깨달음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간절함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간절함을 느끼기 전에 이미 간절함을 깨부숴주는, 뭐든 인스턴트화 된 이 세상의 업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깨달음이란 간절함이 없고서는 가질 수 없다. 풍선에 공기가 차오르는 것처럼, 절절한 의심이 차고 또 차올라야만 어느 날 그 풍선은 터지는 것이다. 간절함이 없으면 어찌하랴. 무엇으로 그 풍선을 채워 터트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 말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한 이들에게 간절함 운운 하는 것은 어쩌면, 아무 느낌 없이 썸머레인을 맞이한 이들에게 비 운운 하는 것처럼 시시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를 간절히 기다린 이에게는 모르던 한 세상을 열리게 하는 큰 사건이다. 깨달음은 오죽하랴! 단 한 명만이라도 간절 절자 한자, 가슴에 품고 오는 이, 그런 이를, 가뭄에 비 기다리듯이 그렇게, 매일 기다린다. 한명 한명이 늘어 많은 이들이 부처님 세상을 만나기를, 죽는 날까지 기다려보려 한다. 이 불교 역사 척박한 북가주의 밸리, 새크라멘토에서 ‘做工夫 호대 最要䌓 이 是個切字이니 切字가 最有力하니라. 공부를 짓돼 가장 요긴한 것은 이 간절자 이니 절자가 가장 힘이 있나니라.- 博山無異禪師禪警語 박산무이선사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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