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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른다

          해마다 시월이면 영화사는 가까운 펌킨 농장으로 소풍 가곤 했다. 둥글고 큰 호박을 사다가 패티오에 놓아두고, 그 보름달 같은 주황색을 겨울 깊도록 감상하곤 했다. 재작년부터인가, 안 간다. 신도들이 몇 번 가다보니 다 알아버려, 흥미를 잃어서다. 그런데 이 중만은 여전히 가고 있다. 먹지도 않을 것을 왜 그리도 많이 심어 거두는지, 왜 그 속을 힘들게 파서 할로윈 펌킨 헤드를 만들어 놓는지, 어원과 근원을 찾아보고 해서, 그 유래를 알았다고 해도, 왜 이 사람들이 질겁게 하는지, 그 마음이 궁금해서다. 우리 식구는 금방 시시해진 그 일을 말이다. 햇빛색 호박이 등장하고 할러윈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것이 한해의 끝에 와 있다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을 추진하고 있다면 해를 넘길 확률이 높다는 것, 그래서 불사컨트랙 같은 걸 시작않는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할로윈을 대하는 이들의 정서는 여전히 모른다. 모르므로 여전히 새롭다. 그런데 우리 신도들은 뭘 알았다는 건지. 장소? 호박? 실은 알고 있다 여길 뿐, 그건 작년의 그 호박이 아닌데. 그리고 안 것은 왜 또 그리도 금방 시들해지는지. 양파즙이 휩쓸고 지나가면 렌틸콩이 등장, 렌틸 지나가면 아로니아 등장, 아로니아 지나가면 해독주스…새로 안 것을 와서 어찌나 설법들을 해대는지 듣고 있자면 어안이 벙벙하다. 좋은 걸 어찌 아나, 실지로 아나 남들이 좋다니 좋은 것이고 나쁘다니 나쁜 것이다. 즉, 정보다. 정보가 좋다니 좋은 거다. 실제로 자기한테 좋은지 스님한테 좋은지도 모른다. 모르는데, 좋다고 한다. 말이 되나? 하버드가 좋다고 알아서 유명세가 좋다고 알아서, 나는 이쁘지 않고 너는 이쁘다고 알아서, 나는 가난한데 밖엔 부자가 많다고 알아서 욕망한다. 실은 그 안다는 자체가 본인의 선택일 뿐, 그게 정말 ‘좋은거’ 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그 모든 좋다는 걸 다 줄 터이니 당신 눈 한개 빼서 나 주시겠는가, 하면 주겠는가? 한순간에 부질없어질 바깥 것들에 속는 줄도 모르고 갈망한다. 알수록 그것을 취해야 하고, 더 많아야 하고, 자식에게도 줘야하고, 그런데 그게 뜻대로 얻어지지 않아 알수록 괴롭고, 갈애로 목이 탄다. 탐진치라 불린다. 이 탐진치라는 것은 결국, 잘 못 아는데서, 즉, 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안다는 것은 ‘내 생각’일 뿐 진리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중은 죽어라 공부해서 얻은 것이 단 한가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이다. 출가 이전엔 백과사전을 다 외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혼자 웃었다. 모른다, 무, 아무것도, 식, 즉 무식이다. 잠 안자고 안 먹고 머리 터져가며, 진짜 알고 싶어 공부해서 무식을 얻은 것이다. 너보다 못한 것도 너보다 잘난 것도 몰라서, 가난도 부자도 몰라서, 이쁜 것도 미운 것도 싫은 것도 좋은 것도 몰라서, 별도 달도 꽃도 다 몰라서, 무식하여 너무 행복했다. 너무 자유로웠다. 너무 부처님이 감사했다. 이것은 산은 산이며 물은 물인 도리, 산도 물도 아닌 도리이다. 우리는 아는 것에 갇혀 있다. 앎에 속박 되어 자유를, 근본자리를 잃었다. 그 앎을 쫒느라 평생 노예가 되었다. 너무 많이 알아서 이젠 새로운 것도 없고 아무리 새 것이 나와도 어쩐지 다 아는 듯이, 생이 지루하다. 식으로 살고, 그 유식으로 인해 업을 굴리고 속으며 산다. 안에서 나온 걸 어찌 밖에서 얻겠는가 알수록 벽에 갇힌다. 모르면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날마다 새롭고 날마다 신기한 날을 만들 수 있다. 오죽하면 현명한 우리 선지식들은 ‘식자 우환’이요 ‘모르는 게 약’이라 했겠나. 내 삶에 필요한 것만 참되게 알아, 그 아는 것을 체험으로 얻어서, 지혜롭게 누리고 베풀며 사는 것, 그것이 정도이다. 도는 그저 날마다 새롭게 사는 것일 뿐, 즉, 생멸법이지 뭐 특별한 게 아니다. 날마다 새날!이라, 불가에서 매일 인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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