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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

          영화사에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다. 여름은 이 나무가 아주 골치 아픈 시즌이다. 마른잎이 온 도량으로 시나브로 떨어져 내려, 자갈덮인 주차장도, 데크도, 정원도, 애써 가꾼 그라운드 카바꽃 종류들도 다 낙엽에 점령당한다. 뿐만 아니라, 하얗고 소금같이 생긴 수액이 비처럼 떨어져 끈적거리고, 아무리 자주 쓸어내도 깔끔해지지 않는다. 절을 찾는 사람들은 이 나무를 지저분 하다며 몹쓸 나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중은 처음부터 이 나무가 좋았다. 겨울에도 푸르고 향기 은은하여 좋고, 그늘이 늘 있어 좋고… 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커서 ‘키다리 아저씨’처럼 어쩐지 든든하였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와서, 허허 벌판에 정원을 새로 만들고, 나무를 심고 도량을 가꾸는 일에 골몰할 때에, 몸과 마음이 너무도 힘들었다. 때마다 유칼립투스 그늘에 앉아 틈틈이 숨을 고르곤 하였는데, 잠시 앉아 있으면 다시 기운이 나고, 가슴과 머리가 시원해졌다. 또한, 풀 일을 오래 하다보면 몸이 따끔따끔 거리고 가렵기 마련이다. 그런 증상도 쉬이 완화되었다. 특히 이 나무에는 성가신 벌레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나무는 방충, 진정, 소독, 비염이나 감기, 천식의 치료, 등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 아래 있으면 가슴과 머리가 시원해지던 까닭이 다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병풍 삼아, 그 밑에 너른 데크가 놓여 있다. 여름 아닌 때엔, 대중이 공양을 하고, 파티도 하고, 차를 마시며 한담을 하기도 하는, 아주 유용한 공간이다. 이사 오자마자 나무그늘이 좋아, 데크 불사를 했었다. 허나, 여름엔 낙엽만이 쉼 없이 찾고, 스님은 치우고 또 치운다. 그래도 좋다. 세상에는 ‘산 좋고 물 좋고 정자도 좋은 데는 없다’는 말처럼, 다 좋은 것만을 갖춘 것은 없다. 유칼립투스 나무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어떤 신도는 심지어 정말 골치 아픈 나무라며 ‘다 잘라 버려야 한다’고 단호히 말해, 이 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상엔 다 좋은 건 없다. 사람들은 흔히 소유개념을, 원하는 것을 갖는 것으로만 이해하는데, 사전적인 의미의 소유란 ‘갖는다.’라는 것 외에, ‘지배한다.’는 뜻이 함께 있다. 즉 무엇인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支配란 지배인이라는 말에서 보듯, 그 무엇인가를 잘 돌아가게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즉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집 전체의 관리책임 임무를 다 해야 한다는 뜻이고, 나무 한그루를 소유한다, 라는 것은 그 나무를 감당 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면서 원하는 걸 갖는다는 것을, 단지 좋은 것만을 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삶은 많이 힘들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상엔 다 좋은 건 없다. 이것을 알면 삶이 보다 가벼워진다. ‘너’를 가지면 좋지만 ‘너’를 지배하고 관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그 ‘너’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명예든, 물건이든, 뭐든 그렇다. 손바닥과 손등처럼, 늘 양면적인 것을 가지고온다. 그 양면을 잘 살펴서 전체를 이해하고, 그 중심점을 잘 찾아, 삶의 균형을 잃지 않고, 늘 원만하게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이다. 그것이 중도 中道이다. 중도란 회색분자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 같은 뜻이 아니다. 정 가운데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핵심이다. 즉, 사물을 이해할 때, 그 중앙, 핵심을 아는 것, 이것이 중도이다. 다시 말해, 유칼립투스처럼, 세상 모든 것에는 늘 양면이 있다. 그 이변二邊에, 시비是非를 가리지 않는 것이 중도이다. 중도는 바로 정도正道와 통한다. 그것이 부처님의 팔정도八正道이다. 진정한 불자는 싫은 면만을 보아서 ‘잘라버려야 한다.’라고도 하지 않으며 좋은 면만을 보아서 ‘반드시 취해야한다’고도 않는다. 나쁜 점도 좋은 점도 바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내 마음 가장 평안한 지점을 찾는 자이다. 만약 매순간 이렇게 중도를 찾을 줄 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이 이변二邊을 떠나면 안목과 지혜를 이루고, 자재自在하게 선정에 들어 지智로 나아가고 각覺으로 나아가며, 열반涅槃으로 나아가는 중도中道가 있나니…” -<중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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