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영화사를 처음 살 때, 산 이유 중의 첫 번 째는 너른 땅에 반해서다. 숲을 만들고, 장차 대법당도 세우고 불사 하기 좋겠다 싶었다. 미국을 잘 몰랐던 무지가 그런 선택을 하게 했다. 즉, 불사를 도울 원력 있는 이가 없는 곳임을 몰라서다. 5에이커의 너른 땅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컸다. 25년 현재, 반은 법당과 식당, 숲으로 채웠지만, 아직도 반은 그냥 너른 벌판으로 남아있다. 6천 평의 반을 가꾸는 데만 16년을 썼고, 결국 지금은 골병 상태다. 그렇게 빈터에 절꼴을 갖추는 동안 수많은 일꾼을 치렀다. 단 한 명도 쉽지 않았다. 나는 노가다를 몰랐다. 모르면 당한다. 뱅크럽시로 오래 비어 있던 집 외부는 잡풀 정글이고, 내부는 쥐똥과 거미줄로 가득했다. 한마디로 폐허 같았다. 하지만 풀을 베고, 일단 대청소를 하니, 그런대로 집 상태는 괜찮았다. 집 고칠 일꾼을 수소문 하여, 베이의 지인의 소개로 한국인 핸디맨을 구한다. 심성은 제쳐두고 일머리가 있는 사람 같다. 같은 일을 해도 일머리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건 천지 차이다. 일머리가 없으면 일일이 다 시켜야 하고 말도 많이 해야 한다. 알아서 머리 돌려주는 일꾼이 참 일꾼 이다. 그에게 그라지 천정을 고치고, 거실 카펫을 걷어내고 마루를 깔고, 벽난로를 입구를 막고...등등을 주문한다. 나중에 벽난로 막은 것은 후회한다. 겨울에 실내는 진짜 추웠고, 히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애니웨이, 마루깔기 같은 큰 공사 외에도 문 손잡이 고치기 등의 작은 부분도 필요했는데, 그는 그런 것은 알아서 해주겠노라, 한다. 대충 얼마 들겠나, 묻고, 절 은행 카드와 비밀 번호를 준다. 카드로 집을 고치는데 쓸 재료를 사라, 그리고 여기 있는 동안 한국 식당에 가서 밥을 대어 먹고, 식비도 계산하라,고 한다. 공사 다 마치면 인건비를 주겠다고, 공기룰 묻고, 공기는 이사 날짜 까지 반드시 지켜달라고, 나는 사람을, 그가 불자라고 해서 믿고, 전 재산을 맡긴다. 3년을 살았어도, 여전히 한국 중이었기에 그랬다. 지금이면 안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는 스님은 여잔데 웬만한 남자보다 더 남자 같다며 모를 소리를 한다. 새 절이 고쳐지는 동안 이쪽에선 법회, 저쪽에선 공사감독을 하며, 혼자 왔다갔다 골몰 한다. 하지만 새절 만드는 일이라 힘든줄을 모른다. 이삿날이 가까와진 어느날, 핸디맨이 갑자기 다른데 일이 생겨서 당장 가겠다고 연락해온다. 달려가, 일을 마치지 않고 가는 게 어딨냐, 하니, 일은 거의 끝냈다고 한다. 거의, 란 끝났단 얘기가 아니다. 치워달라던 지붕의 커다란 티브이 접시도 그대로 있고, 곳곳에 뒷마무리가 안됐다. 다른데 새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는데, 감에 석연치 않다. 이곳은 프로젝트가 아니냐, 하니, 그는 그 프로젝트가 더 크다 한다. ??? 이해 안되지만 너가 그렇다면 내가 무슨 수로 말리랴. 결산하게 카드와 공사비내역서를 달라고 하니, 그런 거 없다며 갑자기 화를 낸다. 내가 완강하자, 두루마리 뭉치 영수증을 꺼내 주곤 당장 간다고 나선다. 돈 못준다 하고 싶지만, 나는 중이다. 이럴 때를 위해 사무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카드를 달라고 한 뒤, 가되, 나 지금 은행 가니, 그동안 접시는 떼달라고 한다. 은행에서 체크해 보니,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없다. ! 그래서 가겠단 거라 싶고, 나는 뒤통수를 시게 한 대 맞은 거 같다. 그러나 믿은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랴. 에티엠에 가서 모을 수 있는 돈을 다 모아 온다. 돌아 오니, 그는 이미 남은 비지니스 없는 이처럼 대문을 나서고 있다. 차 문을 잡고, 임금을 받고 가야지, 왜 그냥 가냐, 하니, 웅얼웅얼 한다. 다행히 접시는 떼서 픽업 트럭에 놓여 있다. 임금을 주니, 애초 화를 왜 냈는지 모르겠는 얼굴을 조금 편다. 그러나 인사는 없다. 나중에 영수증 계산해 보니, 식비와 재료비 포함, 잔금과 영수증 간격이 터무니 없다. 인건비는 안 줘도 됐었을 싶다. 그래서 돈 안받고 갈 작정이었는가, 좋게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을 한 명 배운다. 후에도 나는 수많은 일꾼을 만나지만, 배웠다고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님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