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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이웃

2026-05-28

          이웃 부부가 드레스업을 하고 사과를 하러 왔다. 못보던 정중함에 좀 놀란다. 차별법이 무섭긴한가 보다. 옆집 여자는 자기 남편과 나 사이에 미스언더스팅이 있을 거라고, 자기 남편은 차별하고 그런 나쁜사람 아니라고, 허즈밴도 자기도 나를 엄청 어드마이어 하고 있다고 한다. 옆집 여자는 이사오자마자 내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담벼락에 서서 묻지도 않는 자기 얘길 하곤 했다. 이곳엔 주변에 말할 사람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그간 귀찮아도 친구해왔다. 부부는 전형적인 백인 보수성향인데, 다운타운 살다가 리타이어하고 이 지역에 자연과 살고 싶어 왔다. 그들은 자연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여긴 일할 사람 부르는 것도 어렵고, 2에이커 땅을 스스로 돌보는 것은 나이먹고 특히 도시 살던 이들에겐 고문에 가까운 일이다. 오래지 않아, 트랙터 모우어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가든 기기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나는 혼자 웃었다. 그 기기들은 곧 창고에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그들은 결국 전원생활을 기브업하고 주말에나 가끔 오고, 지금은 일하는 이가 일주일에 한번 와서 가든을 돌보고 간다. 그들이 사라져서 속이 편한데, 옆집과 절연하는 지경에 이를때까지, 옆집 남자는 담장을 씨씨타브이처럼 맴돌며며 온갖 참견들을 해댔다. 내가 뭐든 새로 하면, 그거 퍼밋 받았냐, 룰에 따랐냐, 누가 오던데 그들은 여기 살거냐, 담장의 나무는 니가 심었냐, 왜냐... 내가 누가 버리는 흙이 있어 얻어서 들판을 북돋우자, 시티에 리포트 까지 했다. 이게 원래 정상인지, 문제는 미국 정서를 확실히 알지 못해서, 따지지도 못하고 참고 있던 참에, 지인이 트레일러 가져다 놓고 한 달 정도 머물고 있는데, 트레일러에 사람이 살면 안된다고, 화장실은 어쩔거냐고, 블라블라 너무 해대서, 너가 뭐냐, 왠 참견이냐, 하니, 저스트 써스피시어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터졌다. 뭐가 수상하냐 하니, 자기가 한국에 가본적이 있는데, 너네는 쉿을 여기저기다 막 싼다고 하는 거다. 나는 그게 왠 다이너소스냐, 너가 한국 갔던거 사실이냐, 너 몇 살이냐, 따졌다. 여기 미국인은 한국서 왔다고 하면, 자기가 한국전쟁에 참여했단 얘길, 나이든 사람이면 십중팔구 한다. 첨엔 감사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어느순간 이상해졌다. 그게 어언 70여년 전 일인데 그때 최소 20살이라고 해도 그들은 현재 90이어야 한다. 근데 그들은 다 그정돈 아니었다. 다 거짓말이란 얘기다. 암튼 그 쉿을 여기저기 아무데나 싼다는 말에, 나는 터졌다. 너 한국 모르지 ? 너네가 국력 세게 1위인지는 몰라도, 문화면에선 우리가 훨씬 앞서있다. 너 내가 동양 여자라고 막 무시하는 거 같은데, 이거 디스크리미네이션이지, 하니, 그가 움찔했다. 여기 미국선 가만 있으면 바본줄 안다고 하던데, 내가 만만하냐? 그간 참은 건 내가 바보여서가 아니고 니가 나이가 많아서다, 너 오늘 실수한거야, 선 넘었다, 그리고, 너 종교지도자 한테 리스펙트 필요해!!! 하고 소리를 꽥 질렀더니, 그가 갑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비굴한 표정으로, 너는 부디스트라면서 왜 나하고 싸우니, 한다. 너는 부디스트가 싸우면 안된다는 법을 어다서 봤냐, 부디스트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넌 말할 자격 없다, 잘들어, 우리 부디스트는 불의를 보면 싸우고 목숨도 두려워하지 않아, 왜, 우린 아무것도 잃을 게 없거든, 한 번만 더 선 넘으면, 아일 파이트 언틸 다이! 하면서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줬다. 이 사건이 이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사과를 온 연유이다. 이곳에서 디스크리미내이션은 고소감이다. 그들이 간 뒤 나는 중이 돼갖고 싸움이나 하고, 게다가 웬만해선 쏘리 않는 미국인에게 사과까지 받고 보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미국서 이웃은 백퍼 원수라더니, 실사가 됐다. 슬프게도 완전 미국인이 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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