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필코 퍼밋을 주고 갔음 좋겠다, 내 간절함이 느껴졌는가, 인스펙터는 '그들이 무엇무엇을 제대로 안해서 리젝을 했는데, 빨리 퍼밋을 받는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일이 제대로 되는게 중요하며, 너는 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애초에 너가 생각했던 것과 맞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게 좋다, 나는 법대로 했는지만 체크할 뿐, 너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는 체크하지 못한다' 한다. 나는 일꾼들이 하는 말을 다 못알아들어서 그들이 일을 잘 해주길 바랄 뿐, 아무 말도 못낸다. 일상용어라면 몰라도, 꺽쇠, 마감재, 커튼 월, 파시드, 환기통, 방수포...같은 전문용어들을 이때는 해석해내지 못했다. 살다가 집을 영어로 지을줄 누가 알았겠나. 이땐 스마트폰도, 물을 에아이도 없었고, 건축에 대해 아는 절식구들도 없었다. 법당 인스펙터는 내가 뭘 모른단 걸 이미 알고 있어서, 되도록 찬천히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것이 얼마나 친절한 것인지 이때는 몰랐다. 살면서 많은 인스펙터를 치르곤 알게됐다. 그들은 이쪽 말은 일절 안 듣고, 뭔가 조금만 수틀려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천정에 올라갈 수 있는 맞춤 사다리가 없다고, 핑크 종이를 날리곤 가버렸다. 나는 '너가 편한 거면 너가 가져오는 게 낫지 않니?' 했다가, 험악한 표정을 보아야 했다. 이렇게 미국 문화와 정서가 필요한 때에, 딱 맞는 말을 못하는 게 아쉽다. '갔다 또 오느니 웬만함 하고 가셔, 저 사다리도 충분하구만,' 이라고 하고 싶다. 했다간 뭔 화를 당할지 알 수 없어 참아야만 한다. 이런 인스펙터들과는 달리, 법당 인스펙터는 내 말을 들어줬다. 올때마다 무언가를 지적하고, 일꾼에게 내가 해야만 했을 법한 말을 하고 갔고, 일꾼들은 그가 왔다가면 새로 움직였다. 이런 상황을 여러번 겪다보니, 그의 의도가 읽혔다. 왠지 이 조그만 여자 혼자 고군분투하는 게 안타까운데 직접 간섭하면 뭔가 문제가 될거 같고, 할말은 많으나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암암리에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 그냥 알아졌다. 감사한데 딱히 보답을 할수도 없는게 인스펙터에겐 그 무엇도 주어선 안되며, 심하면 말도 걸어선 안된다고 들어서다. 절에 외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이라도 한잔 주고 싶은 것이 이쪽 정서인데, 그게 여기선 뭔가 나쁜 의도가 있다로 여겨진다니 이해불가다. 법당 인스펙터가 나를 돕기로 마음이 든 건 내가 종교인이어서다. 다른 인스펙터나 일꾼들에겐 이상한 복장을 한 아시안 중 하나 일 뿐이겠지만, 법당 인스펙터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미셔너리란 걸 알고 경외를 표했었다. 이사 초창기 퍼골라를 지었는데, 딱지 떼러온 이가 법당 인스펙터였다. 그에게 나는, '단지 기둥 몇 개 세우는 것도 퍼밋이 필요한지 몰랐다, 여긴 뭐든 퍼밋을 받아야 하니?' 물었다. 그는 '이븐 네일 하나' 라도, 라고 했다. 그가 간 뒤 눈물을 머금고 퍼골라를 부셨다. 다시 온 그는 퍼골라가 없어진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퍼밋 받으면 되는데, 왜 부셨냐 해서, '무허가는 다 뿌셔야 되는줄 알았다' 하니, 그는 이 사람을 어쩔꺼나,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물을 주며, 더울텐데 먹어라 하니, 그는 더 놀라며, 너 뭐하는 사람이냐 물었고, 내 대답에, 자긴 불교를 모르지만, 프락티스 무지 힘들게 한다고 들었다며, 그런걸 하고있다니 존경스럽다, 하며 이거저거 물었고, 그렇게 그는 나를 알게 됐다. 그 한참 후 법당을 짓게 됐고, 그가 우연히 다시 배정되어 온 것이다. 그는 내가 미국법 1도 모르는 무대뽀임을, 퍼골라 사건으로 알아서, 내가 놓치는 일을 이리저리 카바해주기로 맘 먹었다고 보여진다. 최종 퍼밋을 준 뒤, 이유는 모르지만 그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ㅡ무대뽀한테 놓여나서?ㅡ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법당 짓는 일은 조금 더 힘들었을 것이다. 부처님 가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