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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도둑들

2026-07-30

          법당 옆 데크를 쓸고 있는데, 젊은 남자와 초로의 여인, 아이를 안은 젊은 여자가 법당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 가족처럼 보인다. 참배하러 왔냐고 묻고, 오늘은 법회 없다고 한다. 어디에도 불자 자세는 안보이고 남미 사람이 찾아온 것 자체가 낯설다. 두 살 정도 된 아이를 한 팔로 안은 여자는 턱으로 그들을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 뒤, 나를 보곤 아이를 위해 들어가서 블레스를 해달라고 한다. 나는 법회 시간 아닌 때에는 뭐든 안한다고 하자, 내 말을 듣지도 않고 힘으로 날 법당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한다. 영어를 하지만 스패니쉬에 가깝고 정확한 내용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는 중 여자와 눈이 마주쳤는데 몸안에서 종이 울린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울리는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나는 여인을 피해 돌아서서 블레스는 들어가서 부처님께 빌라, 하고 발걸음을 표나지 않게 빨리 하여 데크에서 내려온다. 여자가 나를 급히 따라오며 무슨 주문 처럼 블레스, 블레스 하는데, 몸은 내가 아닌, 법당 앞쪽으로 향한다. 나는 멀찍이 물러서며, 앞문은 너가 사용할 수 없으니 옆문으로 가라고 한다. 여인은 듣는둥 마는둥, 앞문을 열고는, 아이 안지 않은 필로 문을 붙잡고 입구를 막아 선 형태를 취한다. 여자는 흘끔흘끔 내 행동을 살피는 한편, 안을 기웃거리며 머라머라 안의 사람들에게 얘기를 한다. 그순간 나는 환으로 그들이 도둑임을 안다. 나는 요사채로 들어서며,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여자가 갑자기 당황하더니 안에다 대고 폴리스, 폴리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젊은 남자와 초로의 여인이 후닥닥 옆문에서 나온다. 나는 큰소리로, 지금 전화한다, 하니, 일동이 우루루 마당 쪽으로 달려간다. 그러고보니 일반 참배객처럼 차를 마당에 대지도 않았다. 아마도 언제든 튈 수 있게 게이트 밖에 세워둔 듯하다. 일행이 한 명 더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안으로 들어와 그들이 충분히 사라질 시간을 기다렸다가 폰을 들고 다시 나온다.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법당으로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뒤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들의 꼼꼼한 노력에 비해, 훔쳐갈만한게 없었단 게 좀 미안해질 지경이다. 남자와 초로의 여인이 안에서 뒤질 동안 아이를 안은 여인은 나를 제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들을 따라 법당 안에 들어갔더라면 그 안에서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게이트 앞의 부처님상을 몇 번 도둑 맞기도 했고, 마당에 일고 있는데 바싹 다가와, 개스비를 요구하는 이도 있었고, 도둑으로 들어왔다가 나를 보고 우물우물 잘못 찾아왔다는 식으로 도망간 이도 있었지만, 정식 도둑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런 좀도둑들은 그닥 무섭지 않다. 폴리스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도둑이면 악랄한 도둑도 아니다. 이런 좀도둑보다 무서운 건 아는 도둑들이다. 테크니션, 핸디맨, 일렉트리션, 플러머...이들은 웃으면서 코 베어 간다. 이들보다 더 무서운 건 불자연 하고 와서, 도량과 법당에 대한 공경심 없이 함부로 하고, 스님을 속이고 시간과 마음을 훔쳐가는 이들이다. 절 일이라면 그것이 뭐든, 공경하는 마음으로 조심하는, 그런 사람은 여기 없다. 속세에선 서로 속고 속이고 싸우고 하는 걸 보는 게 그닥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스님한테 해선 안되는 것'을 아예 모르고, 또 행하는 것을 보는 건 정말 많이 이상한 기분이다. 이젠 이런 이들에게 도둑 당하지 않을 만한 내공은 확실히 붙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심을 훔치는 이들은 있다. 그걸 모르는 척, 그게 중생계 룰이거니, 불쌍히 여기고 대하고는 있지만, 그게 늘 쉬운 건 아니다. 원래 절엔 다 비우러 오는 곳인데, 착해지려 오는 곳인데, 뭔가 절에 훔치려는 마음으로 오는 이가 있단 것은 아직도 어리둥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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