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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공양

2026-09-24

          도반이 베이에 왔다고 얼굴보자며,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니 그쪽으로 오라한다. 미국 잘 모르는 한국사람 시점에서는 서울 강남에서 강북 가는 거처럼 여기서도 그럴거라 여기는데 ㅡ나도 그랬다ㅡ미국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뉴욕에 와서 잠시 만나자는 이도 있었다. 새크라멘토에서 뉴옥은 비행기로만 6시간이다. 육로는 엄두도 못낸다. 같은 북가주여도 여기서 도반 있는데 까지는 운전해서 왕복 8시간 거리다. 도반이 왜 베이에 왔는 지는 묻지 않는다. 나 보러 온건 아니다. 사실 중이 되고 니서 나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궁금하지 않고 친분도 갖지 않는다. 사람은 안면 있다는 걸로 이해되는 동물이 아니다. 도둑도 따로 없고 선한 이도 따로 없다. 상황이 그 사람을 만든다. 상대가 언제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고, 영원한 친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반은 어느 보살님 집에 머무르고 있다 한다. 상대를 알고 싶지도 않은게, 도반이 바꿔준 수화기 너머에 그이의 집 주소를 듣고, 거기가 대충 어디쯤이냐 하니, 아니, 여길 몰라요 ? 하며 말하는 톤이 이미 내 인연이 아니다. 만나고 보니, 역시다. 그 보살이 점심 공양을 대접한다고 해서 같이 나간다. 대접은 내 말이고 밥 산다고 했다. 거대한 중국집이다. 원탁에 앉았는데 내 앞에 커다란 수조가 있고 그 안엔 곧 죽을, 갖은 물고기와 랍스터 같은 것들이  숨쉬고 있다. 이런 곳에 스님을 모시고 온다니, 싶고 이미 시장기는 사라진다. 보살이 묻지도 읺고 음식을 혼자 주문하고, 나는 식당 안에 퍼져있는 희미한 비린내 때문에 속이 안좋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맛있게 먹고 있으므로 표는 안 내고 먹는 척 한다. 도반과 한국서 같이 동행한 보살이 눈치를 채고, 볶은 나물 한가지를 추가로 시켜서 밥과 함께 앞으로 밀어준다. 어항 아래 앉았던 집주인 보살이 눈을 치켜뜨고 나를 잠시  보더니, 갑자기 앞에 놓인 생선찜 접시를 휙 당겨가서 손으로 거칠게 뼈를 발라 생선살을 도반 밥그릇에 놓아준다. 그러면서 생선살을 손으로 막 집어 먹으면서 '누가 밥을 사주면 덥석덥석 먹어야 사준 사람도 기분이 좋지, 응'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화장실 가는 척 일어서서 그들이 나올 동안 바깥 벤치에 앉아서 기다린다. 식사후 다시 보살집에 들러 도반이 주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늦기전에 집으로 간다고 일어서자, 집주인이 4시간 거리를 굳이 가야 하냐며 자고가라 한다. 나는 속가 집에서는 안 잔다 하니, 아무데나 있는 곳이 절이지 뭐 절이 따로 있냐, 여기가 절이다, 한다. 나는 '그건 보살 생각이고오!!' 결국 힘주어 한마디 한다. 그이가 휙하고 돌아서서 거실 뒤로 사라진다. 배웅하러 나오지도 않는다. 도반이 따라 나오며 '스님 아직 모르시겠지만, 여기 사람들 원래 다 이래요. 죄송해요. 다들 불교 잘 몰라요,' 한다. 이때만 해도 나는 한국 중 그대로라 보살도 도반도 전체 상황도 너무 이상한데, 도반은 이미 이쪽 사정을 겪어 잘 알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편안했었고, 나는 이때 이곳을 아직 몰라, 편하지 않았다. 지금은 나도 이런 일에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용서되는 건 아니다. 가르칠 입장이면 가르치고 아니면 인연 짓지 않는다. 그 이후 나는 외부 신도의 공양청은 받지 않기로 한다. 공양이란 삼청정이라고 해서 주는 이, 받는 이, 공양물이 모두 청정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엄연한 부처님 법이 있다. 공양 하는 이가 법을 제대로 모르고 하면 그건 공양이 아니다. 공양청을 받지 않는 것이 비록 복감하는 일이 될 수는 있으나, 삼청정이 될 수 없다면 피차  안하는 것이 부정적인 업을 덜 만드는 일이라 여겨진다. 공양주도 없고 법다이 공양하는 이도 없고, 이곳 사정은 그렇다. 때때로 버겁기도 하지만, 좋게 보면 지중한 시은을 애당초 안 입어도 되니, 이득이라고 해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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